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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김학겸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

“리모델링, ‘GR요소 내포’…특별법 제정해 활성화해야”
공동주택 리모델링, 주거성능·E효율 동시 해결 가능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 또는 일부 증축하는 행위’이다. 기능향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사용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함으로써 관리비 절약, 건물가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광의의 의미로 해석해 볼 때 리모델링에는 본래 녹색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이 확산되고 있는 단지 증축형 리모델링사업에는 이미 GR개념이 들어있다.

최근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리모델링협회(회장 김학겸)는 이러한 리모델링의 친환경성에 주목해 사업추진이 용이하도록 관련 정책·제도개선 제안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김학겸 리모델링협회 회장을 만나 다양한 정책제안을 들었다.

■ GR 민간확산을 위한 복안은
노후건물 에너지성능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건물들은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주차, 엘리베이터, 급배수 배관, 설비 노후화, 내진성능 등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민간건물의 특징은 에너지 성능문제가 거주성능 문제를 결코 앞설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 지원없이 노후건물의 다양한 문제를 그대로 둔 채 GR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0년 이상의 노후건축물은 전국 289만6,839동으로 전체 731만4,264동의 39.6%에 이르며 주거용 건물의 비율은 전국 49.1%에 달해 주거용 건물의 노후화 문제는 계속해서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현재 민간에서 진행 중인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증축이 기본적으로 적용되며 △기밀성능이 우수한 창호 △단열성능이 우수한 단열재 △고효율 냉난방기기 △열회수형 환기장치 △LED조명 △태양광에너지 △지열시스템 등 GR사업에서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GR 민간확산을 위해서는 결국 거주성능 문제와 에너지성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 리모델링·GR 연계방안은
10년전만 해도 리모델링을 단순 내부 인테리어 수선 정도로만 생각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먼저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비교해보고 우리 단지는 리모델링해야 한다며 발 벗고 나서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입주 후 15~20년이 지나면 설비노후화에 따른 불편으로 입주민 개별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집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중대형 평형 기준으로 해당 세대 내부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이는 소폭 증액하면 리모델링이 가능한 수준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인테리어공사와 같이 실내 내부공간의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함은 물론 공용공간인 주차장을 확대할 수 있으며 GR요소들이 도입돼 관리비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다.

수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뿜어대는 기존 노후건축물을 방치하며 사는 것보다 친환경행위 그 자체인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GR사업예산을 공공에만 한정짓지 말고 민간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있었으면 한다. 간혹 개인의 사유재산에 국가 세금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하기도, 리모델링하기도 어려운 지방의 나홀로 아파트들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GR시범사업으로 지정해 공사비 50% 지원 등 직접적인 방법이 가장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지원형태에서 개선을 건의한다면 탄소중립, 에너지절감 등 명분으로 개별세대 지원이 아닌 최소한 동단위 지원이 이뤄져야 사업효과가 보다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 용적률 완화에 대한 견해는
급성장하는 리모델링 수요에 비해 인허가권자인 공무원의 인식은 아직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인허가권자들에게 리모델링은 특혜사업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건축심의를 통해 용적률, 건폐율, 높이제한 등의 완화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건축관련 법령들이 모두 신축을 기준으로 제정돼 리모델링사업 추진 시 여기저기 산재된 법들이 서로 상충하기도 하고 실제 리모델링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예외적용을 받는 것일 뿐이다. 기존건축물을 최대한 존치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리모델링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불가피하게 완화가 필요한 것이지 특혜라고 볼 수 없다.

리모델링사업은 아직 피지 않은 꽃이다. 난개발, 시장과열 등 재건축을 통해 학습된 부정적인 경험만으로 리모델링사업을 규제 일변도로만 접근하려는 후진적 정책결정자들이 많아 다른 인센티브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행법상 가능한 완화조치만이라도 합리적으로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건축, 재개발과 같이 신축의 경우는 ZEB인증, 친환경 인증, 우수디자인 등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리모델링은 현행 제도상 용적률을 규제받는다는 개념보다는 증축제한을 받는 것으로서 증축가능 면적의 일부를 일반에게 분양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

용적률 완화의 경우 시장에서는 개발의 신호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엄청난 민원과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없는 인센티브와 특례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 기준에서의 적용가능한 완화기준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 리모델링에 적합한 인증체계 개선방안은
리모델링은 기존건축물이 남아있는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신축과 동일한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다.

현재 인증기준은 신축기준으로 등급을 맞춰야 하지만 기존건축물을 존치해야 하는 리모델링 사업에서는 층간소음, 외부소음, 자연지반비율(녹지비율) 등 기준을 맞추는데 한계가 있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특히 신축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충족하기 어려우며 전기차 충전장치 설치의무화로 주민들의 공사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만의 인증체계 구축 역시 필요하며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국가과제로 연구용역이 수행되고 있다.

■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데
리모델링 단지는 통상 가구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재건축과 같은 지구단위계획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보통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하는 도시계획 수정 논의는 5년 단위, 대규모 수정은 10년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리모델링사업에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개별 단지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어 리모델링 추진 주민들도 권역별로 뭉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좋을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분명 신축보다 친환경적이며 그러므로 더욱 장려해야 하는 사업이다. 신축을 기준으로 규정을 만들어놓고 리모델링에도 적용토록 하는 상황들이 아직도 빈번하다. 리모델링만의 단독법인 리모델링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다.

■ 장수명 주택이 확산되면 리모델링 수요도 증가할텐데
정부는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장수명 주택으로 짓도록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공사비도 저렴하고 공기가 짧아 산업화 시대 주택부족을 메꾸기 위한 벽식구조 아파트는 라멘구조*에 비해 리모델링이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라멘조로 80~100년 가는 아파트를 짓는다. 국토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수명 아파트는 비장수명대비 공사비는 3~6% 상승하지만 생애주기 비용은 11~18%가량 절약되며 온실가스 배출은 17% 줄고 건설폐기물은 약 85%까지도 저감이 가능하다.

미래의 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쉽게 고쳐 100년간 쓸 수 있도록 장수명 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좋은 주거공간은 개인의 삶의 가치를 한 차원 높여준다. 정부는 반드시 노후 공동주택의 슬럼화에 대비한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고민해야만 한다. 리모델링이 주거환경 개선방안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리모델링협회도 여러 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라멘(Rahmen) 구조: 층을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와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이 건물의 하중을 버티는 구조. ‘테두리·틀’이라는 독일어에서 따온 건축 용어로 집 안에 있는 벽을 어디에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집 안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뼈대는 주로 라멘이며 벽식구조에서 라멘구조로 바뀌면서 아파트의 맞춤형 구조가 가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