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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글로벌 초격차 확보 ‘선언’

연료전지‧신재생열‧그린DC‧E네트워크 등 포함
산‧학‧연 현장전문가 요구 적극반영 ‘고무적’
내년 정부R&D 예산 일괄감축…혁신 ‘불투명’



바야흐로 탄소중립 대전환의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방향성을 향해 경제‧사회 전반의 기술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분야 CO₂감축 중 95%가 기술혁신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부문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기술혁신을 목표달성의 핵심열쇠로 지목한 것이다. IEA는 새로운 기술혁신에 의해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산업구조가 변경될 것이며 무탄소전원 중심으로 전원믹스가 변경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대전환시대를 전망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에 불리한 환경 등 탄소중립 이행에 어려운 여건을 안고 있다. 특히 이미 상당한 수준의 탄소중립을 추진해 온 선진국과 달리 출발선이 늦어 2050년이라는 탄소중립 시간표까지 기한이 촉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혁신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기술혁신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기술혁신 전략에 따르면 민간주도 임무중심 기획을 원칙으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도출하고 로드맵을 마련할 것과 탄소중립분야에는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며 국제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혁신기술 단계별 실증을 지원하는 한편 산‧학‧연 공동연구 기반의 인력양성모델을 발굴‧확산하는 등 선제적인 기술혁신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탄소중립 100대 기술 선정작업반 운영
정부는 본격적인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기술 선정에 앞서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탄소중립기술기획위원회를 2021년 2월 출범했으며 같은 해 6월 △에너지 △산업 △수송‧교통 △건물‧도시‧ICT △환경 등 5개 기술분과로 구성된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특위는 연구‧산업현장 및 관계부처를 대상으로 총 562건의 기술수요를 도출했으며 정부‧민간 R&D 투자현황과 국내‧외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지난해 10월 17개분야 선별을 완료했다.

당시 선별된 17개 분야는 △태양광 △풍력 △수소공급 △전력저장 △전력망 △원자력 △에너지통합시스템 △무탄소 전력공급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CCUS △산업일반 △친환경자동차 △탄소중립선박 △제로에너지건물(ZEB) △환경 등이다.

이어 100대 핵심기술을 구체화하기 위해 탄소감축 기여도, 비용대비 효과, 실현가능성 등을 점검해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총 114개 중분류에서 447개 기술을 도출했다. 최종적으로 각 분야별 최고전문가 233인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100대 기술 선정 작업반’을 운영해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100대 기술은 수준별로 △초격차 △신격차 △감격차로 구분되며 기간별로 △단기형 △중장기형으로 분류해 전략적인 R&D투자를 도모했다. 초격차는 현재 보유기술을 강화해 압도적인 글로벌 선두유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이며 신격차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단계에 있어 선점이 가능한 기술이다. 감격차는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거나 해외 원천기술을 도입해 선도국과 격차를 줄여야 하는 기술이다.

기간적으로 단기기술은 2030년 이전 조기상용화를 목표로 신속한 개발이 추진돼야 할 기술이며 중장기기술은 정부 중심으로 선제적인 R&D에 착수해 핵심기술을 먼저 확보한 뒤 2050년까지 민간중심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상용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술로 분류됐다.

HVAC‧신재생열E‧녹색건축 혁신기술 기대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은 크게 △에너지전환부문 △산업부문 △수송‧교통부문 △건물‧환경부문 등 4개로 분류됐으며 건물부문 탄소중립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술은 에너지전환, 건물‧환경부문에 포진해있다.

건축 및 기계설비, 신재생열에너지 등 부문에서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역할을 하게 될 주요 기술을 꼽아보면 △초고효율 연료전지 복합발전(감격차 중장기형) △고효율 연료전지 열병합(신격차 단기형) △산업용 고온‧초저온 히트펌프(감격차 중장기형) △복합에너지시스템(감격차 중장기형) △열에너지 저장시스템(감격차 중장기형) △친환경 냉매(초격차 중장기형) △그린데이터센터(감격차 중장기형) △고성능 다기능 외피(감격차 단기형) △건물설비 전기화‧고효율화(감격차 중장기형) △건물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융합시스템(감격차 중장기형) △건물에너지 관리‧제어‧데이터활용(신격차 중장기형) 등 11개로 추릴 수 있다.

초고효율 연료전지 복합발전은 초고효율 연료전지와 기존 발전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발전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2030년까지 시스템 발전효율 70%, 2050년까지 80%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고효율 연료전지 열병합시스템은 연료전지 전력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발생열을 냉난방 및 스팀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2030년까지 통합운전 및 효율극대화 기술개발을 통해 신격차를 확보할 방침이다.

산업용 고온‧초저온 히트펌프 기술에 대해서는 초저온 콜드체인 등 산업부문에서 필요한 광대역의 고온 및 냉열을 공급하는 열원기기 기술이다. 2030년까지 –100℃ 초저온과 200℃ 고온 히트펌프 기술을 실증하며 2050년까지 기술고도화 및 상용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복합에너지시스템은 다양한 에너지원을 유기적으로 동시운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 자원 및 수요관리 기술이다. 2030년까지 단일에너지섹터에 적용하며 P2G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2050년까지 P2X 등 복합섹터커플간 변환하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열에너지 저장시스템은 열수급에 대한 시공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2030년까지 국가주도로 저온열 저장효율 90% 이상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뒤 2050년까지 상용화하는 중장기형 과제로 추진된다.

친환경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 및 자연냉매 기반 냉동‧냉장설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친환경, 자연냉매를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실증하기 위해 추진되며 2050년 상용화에서 나아가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초격차 기술확보를 목표로 한다.

그린DC는 DC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초저전력 서버부품 및 개별제어기술 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초저전력 디지털장비 및 인프라 설비기술을 국가주도로 확보한뒤 2050년까지 민간주도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고성능 다기능 외피는 건물에 적용되는 자재‧부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주기 과정을 저탄소화하며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2030년까지 설비‧신재생에너지 통합형 외피 패키지 개발을 추진하는 단기형 전략으로 추진된다. 이후 2040년까지 신축뿐만 아니라 기축건물 리모델링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건물설비 전기화‧고효율화는 냉난방설비 등을 히트펌프 시스템으로 전환하며 환기‧열에너지 저장, 에너지관리를 고효율화하는 기술이다. 2030년까지 신축건물에 도입‧실증하며 2050년 기축건물로 확산하는 중장기 목표로 추진된다.

건물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융합시스템은 건물일체형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건물에서 소비되는 전기 및 열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과 건물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편차를 도시단위에서 균등화함으로써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2030년까지 ZEB 3등급 수준의 생산효율 개선과 2050년까지 도시단위 실증을 달성할 계획이다.

건물에너지 관리‧제어‧데이터 활용은 건물과 도시에너지를 생산‧운영‧소비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를 수집해 이를 최적제어하는 기술이다. 2030년까지 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2050년까지 자율운전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R&D예산 일괄삭감 ‘먹구름’
이번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에는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전기에너지와 함께 연료전지 복합발전, 열병합시스템, 복합에너지시스템, 열에너지 저장시스템 등 열에너지부문도 핵심기술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의미가 크다.

그간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과반 이상이 열에너지로 소비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략은 전기에너지에만 국한돼 신재생에너지 이용,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달성에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다만 열에너지 관련부문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기술로서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이 추진되는 점은 고무적이나 태양열, 지열, 수열 등 직접 열을 생산하는 신재생열에너지 관련분야 없이 전력기반 열생산 효율화 및 저장 등에 국한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섹터커플링 관련기술인 복합에너지시스템에서도 2030년까지 단일섹터 대상으로 P2G가 우선 고려될 전망이어서 P2H 상용화를 위한 R&D도 병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실제 R&D로의 이행 여부다. 그간 산‧학‧연이 꾸준히 제기해 온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을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나 선언에만 그친다면 2050년 대한민국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뒤쳐져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발표하면서 향후 R&D 투자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R&D제도 유연화를 통해 관련기술 혁신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먼저 탄소중립 R&D 투자전략 강화와 관련해 범부처 차원에서 전략적‧통합적 예산을 배분하고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3년 기준 2조3,100억원 규모인 탄소중립 R&D 투자액을 향후 5년간 연평균 5% 이상 확대함으로써 2028년 약 3조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탄소중립 핵심기술 관련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적인 예산배분 및 조정을 추진할 계획임을 선언했다.

또한 탄소중립기술 혁신기반 강화 목표와 관련해서는 임무중심의 탄소중립 R&D사업으로서 시급한 조사필요성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조사기간을 7개월에서 4.5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예타 통과 이후에도 기술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평가를 거쳐 사업계획 변경 역시 허용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이러한 발표를 뒤엎고 국가 R&D예산 일괄 20~30% 감축을 추진해 국민적인 질타를 받고 있어 이번 탄소중립 핵심기술의 이행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 예산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유관상임위는 9월 국정감사 종료 후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결과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올해 세수결손액이 역대 최대인 59조원에 달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이미 R&D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탄소중립관련 R&D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국회 예산안 수정심의‧의결, 기획재정부 예산명세서 조정‧작성, 내년 추경편성 등 여러 단계별로 유관 산‧학‧연의 지속적인 요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부가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에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발표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이 실제 R&D에 착수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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