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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산업공정·온수기·냉난방 등 태양열 사용처 찾는 노력 필요”
고장예측 등 유지관리 대응방안 보급 필요
PVT, 기후변화시대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SoHPro TES 성능진단·제어, 평가기술 원격모니터링·유지관리·안전관리를 위한 서비스플랫폼 △통합운영센터 연계 양방향 스마트O&M 기술 등을 개발하고 태양열 관련 기업과 꾸준히 연구개발을 협업하며 태양열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특히 건물부문 탄소중립 방안으로 주목받는 ZEB와 연계한 제습냉방, PVT 등 태양에너지 활용성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홍희기 교수를 만나 태양열산업의 현재와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었다. 

■ 국내 태양열산업 현황은 
시작부터 그다지 좋지 않았다. 태양열은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낮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1980년대 초반부터 보급이 시작됐는데 기술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도입된 해외제품 혹은 흉내만 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리가 없었으며 부정적인 인식만 남겼다. 

화석연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소강상태였다가 1990년 중후반 다시 태양열온수기로 반짝했지만 IMF 이후 깊은 터널 속에 갇힌 느낌이다. 2000년 이후 3대 중점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지원과 보급이 집중되고 열분야는 그나마도 지열에 치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근근히 명맥만 잇는 수준이다.

■ 태양열 보급이 부진한 원인은 
태양열온수기가 대량으로 보급된 1990년대 후반에는 대기업 계열사도 태양열산업에 뛰어든 적이 있었으며 2010년대 초반에도 중견기업이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적을 올리지 못 하고 철수했다. 

보급 부진 원인으로 먼저 중소기업 중심의 낮은 기술력과 A/S 문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최근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부기관도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시스템이 방치되다 철거수순을 밟으며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민원에 시달리고 가장 기피하는 아이템으로 낙인이 찍히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태양열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과열에 취약하다. 일사 상태가 좋을 때 부하가 적어 축열조 온도가 매우 높아지거나 순환펌프 고장으로 열매체가 집열기에 정체돼 있는 경우 짧은 시간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 때문에 조속한 대처가 필수다. 그동안 대응하는 것이 너무나도 미흡했다. 

■ 유지관리 미흡이 보급 부진원인인데 
유지관리의 중요성은 에너지공단도 잘 인지하고 있으며 건물지원사업 등에는 REMS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에너지공단 서버에 접속해야만 열량, 온도 등의 작동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고장 진단 및 통보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해도 바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개발이 이뤄진 고장진단 및 예측소프트웨어 및 제어기가 20여곳에서 시범보급사업으로 적용된 바 있다. 고장 시 알람 및 스마트폰앱으로 알려주는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어 태양열시스템의 가장 취약점인 위기대응 능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된 상태다. 유지관리가 가장 어려운 곳이 주택이다. 주택보급사업에 필수아이템으로 정착돼야 한다. 

■ 태양열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은 
태양열시스템으로 생산된 열을 연중 안정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가장 잘 만족하는 것이 태양열온수기다. 

이 조차도 하절기에 과다설비로 인해 수명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사 상태가 좋은 하절기에 부하를 초과하게 설계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있는 기술 이전에 적절한 설계가 최우선이다.



산업공정에서 100℃ 이하 온수 사용은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현장을 방문해보면 사용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경우가 많은데 태양열은 거의 예열 수준의 낮은 온도대를 담당하는 경향이 있다. 

최종적으로 보일러 등으로 승온시켜 공정에 공급하게 되며 태양열시스템은 연중 100% 가동과 함께 낮은 집열온도 유지로 높은 집열효율과 생산된 열이 바로 사용돼 열이용률도 90%를 상회한다. 신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적절한 사용처를 찾아 적용하려는 노력이다.

중소건물이나 단독주택에 냉난방은 필수이나 기존 10RT 이상 흡수식냉동기를 적용하기에는 부하가 작거나 집열기 설치면적이 따르지를 못한다. 고분자 제습제를 토대로 제작된 10RT 이하 데시컨트 냉방기는 이러한 용도로 적격이며 일사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통상 냉방부하가 작아지기 때문에 자체 히트펌프만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생산된 열을 연중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태양열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PV와 집열기가 결합된 형태인 PVT 역시 매우 유망한 태양에너지기기로 제도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건물에 적용되는 PV를 빠른 속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동일 면적의 PV보다 2.2배 CO₂저감효과가 크다는 것은 기후변화시대에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BIPVT는 건물 외관 디자인 시 첫 번째 요소로 고려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 PVT 등 신기술이 보급이 더딘 이유는 
단적으로 ECO2에 포함이 안돼 있는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건축물 에너지 평가 프로그램대로라면 PVT는 펌프 소비전력이 포함되고 획득된 열은 제외돼 득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상당 기간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보급사업 및 건물의무화에 포함돼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면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며 제도 및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급선무다. 

■ 태양열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잘못 적용해 문책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정착된 것 같다. 실수가 있어도 잘한 것을 평가해주는 분위기 정착이 절실하다. PVT같이 좋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주도로 설치된 태양열시스템을 점검해 보면 너무나도 쉽고 명확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배관 열팽창도 이해 못하는 수준 이하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유지관리의 부재, 저가수주가 문제였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 및 종사자들과 끊임없는 대화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잘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보급 활성화의 대변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사실상 에너지전쟁이다. 안보와 함께 에너지를 외세에 의존하는 것만큼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유래없는 유럽의 더위와 이제 다가올 추운 겨울은 우리에게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재생이냐 원자력이냐 갈지자 걸음을 볼 때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 야산을 파손하며 저가 중국산 PV로 도배하는 것을 비난하기 전에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인 신재생에너지는 그나마 태양에너지이고 신재생 3대 중점 분야이니 일몰제니 하는 엉터리정책부터 파기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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